대외사역

[빛과 소금] 나와 목사님과 믿지 않는 이웃

김지운 0 506

 

[빛과 소금] 나와 목사님과 믿지 않는 이웃


입력 : 2020-09-19 04:01
거문도는 다도해 최남단의 섬이다. 1934년 그 섬 거문리에서 그저 이슬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인생 원용연 권사가 태어난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가 그러하듯 원용연은 시집을 잘못 가 ‘신세를 망친다’. 시집은 솥단지조차 쪼개져 있는 오막살이집이었다. 휴전협정 무렵 그의 남편은 군에 갔다. 시댁 식구들은 대추나무 연 걸리듯 많았다. 시모는 일찍 죽고 시부는 술만 먹었다 하면 술 안 사준다고 며느리의 머리채를 쥐고 팼다. 제대한 남편은 자기 집에 첩을 들여 아들을 낳았다. 첩은 곧 도망가고 그 아들을 원용연이 거뒀다. 1960년대 중반 시아버지도, 고등어 배 중개상 하던 남편도 병사했다. 그는 첩의 아들을 포함해 4남1녀와 살아남아야 하는 청상과부가 됐다.

 


위로받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원용연은 살기 위해 예배당을 찾았다. 하지만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의 집 똥 푸기와 밭 갈아주기, 화물선 모래 푸고 벽돌 찍어 나르기, 홍합과 해초 채집, 연탄 배달, 얼음 공장 노동, 채소 재배와 양봉, 새끼줄 용도 칡 줄기 수확해 내다 팔기…. 칡 줄기를 자르다가 바위에서 추락, 절뚝거리는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그 몸으로 벽돌 찍어 예배당을 올렸다. 그게 지금의 거문도 덕촌교회다. “교회 벽돌 찍느라 파농사 망치고 있다고 동네 사람들이 정신 나간 년이라고 하더라”며 특유의 억양으로 말했다. 출하 시기를 놓친 파의 가격은 되레 2~3배, 배추는 10배를 더 받곤 했다.

그런 섬에 목회자가 들어올 리 없다. 와도 떠나기 바빴다. 어느 날 신학교를 졸업한 채영남 전도사가 부임했다. 그는 사택도 없어 교회 맨바닥에서 잤다. 사례비는 고작 1만5000원. 그마저도 헌금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오고 신앙이 들불처럼 일었다. 1974년 여의도 엑스폴로 74 집회 무렵이었다. 처음 서울이라는 데를 다녀왔다. 한데 채 전도사가 입대를 해야 해서 거문도를 떠나야 했다. 온 교인이 바닷물을 퍼 놓은 것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군에 간 채 전도사가 전신환(電信換)을 보내왔다. ‘교역자가 부임했으면 이 돈을 헌금하시고 없다면 주일학교 교사들 간식해 주세요.’ 그는 폐결핵에 걸려 마산병원에서 치료하다 전남 화순 초가집에서 요양했다. 원용연이 달려가 청빙했다. 하지만 전염을 염려해 단호히 거절했다. 그랬더니 채 전도사 어머니가 “(원용연) 집사님 말 들어라”라고 했다. 다시 부임했고 성도들은 뱀을 잡아 고아 먹였다. 채 전도사는 사례비를 받지 않았고 매일 밤 철야기도를 했다. 물고기를 구워주면 남겨 교회 아이들 먹였다. 지금의 광주 본향교회 채영남 목사다. 예장 통합 총회장을 지냈고 보수적 소속 교단 성향과 달리 5·18광주민주화운동 문제 등에도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는 존경받는 원로다.

원용연은 자식들 교육시킬 돈이 없었다. 등록금이 없어 교회 집사에게 갔다가 꾸지 못하고 쩔쩔매자 그 집 문간방 사는 아저씨가 선뜻 빌려줬다. 이자 쳐서 갚으려 하자 한사코 거절했다. 술 한 되 받아 주었다. 막내딸은 중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중학교 뒷산으로 나무하러 보냈는데 운동장 친구들을 보며 울기만 하다 왔다. 한데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이 장학금을 줘 진학시켰다. 또 어느 때는 보리쌀 한 톨도 없어 식구가 굶고 있었더니 부면장 부인이 면 창고를 털어 건넸다. “양석 빼냈다고 나를 잡아갈라면 가라 하시오”라고 했다. 원용연은 “살아오는 동안 그런 분들에게 갚을 방도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그 빚을 갚으려 노력했어요”라고 했다. 그런 원용연의 자식 누구 하나 잘못된 이가 없다.

오늘의 한국 교회 문제는 바로 ‘초심 잃은 목사님들’에서 비롯됐다. 또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한 이웃에게조차 ‘구원받지 못했다’며 단죄하려는 선민의식에서다. 문간방 아저씨가, 부면장 부인이, 초교 교장이 구원을 바라고 그같이 했겠는가. 원용연이 “밥보다 예수”라고 했다. 그 예수가 ‘건물교회’에 갇혀 신음한다.

 

 

 

 

 전정희 뉴콘텐츠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hje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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